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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자취

36살, 미혼, 무직, 개발자로 취직이 되지 않는다.

by 신재은👩🏼‍💻 2023. 11. 9.

기술 블로그라 해 놓고 왜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을 하냐면

일단 내가 어떤 상황에 있고, 그로 인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기록해 놔야 

누군가 내 글들을 봤을 때 이 사람이 왜 이런 과정을 밟고 있는지를 이해할 것 같아서이다.

 

자, 일단 나는

36살이고 여자고 미혼이고 무직이며 개발자로 이직(취직?)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딩을 시작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다.

플러터와 파이어베이스를 많이 썼고 스프링부트는 레퍼런스를 좀 봐야 다룰 수 있으며 웹은 많이 경험하지 못 했다.

그냥 백엔드를 조금 다룰 수 있는(내가 원하는 기능을 혼자 만들 수 있는 정도) 플러터 개발자라고 하면 될 거 같다.

 

내가 왜 개발을 시작했는지,

왜 1년 동안 회사를 3군데나 거쳤는지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전에는 무슨 일을 했는지, 왜 이 나이(?)에 무직인지도.

 

1. 개발자 취업에 왕도는 없다.

HTML, CSS, JavaScript부터 시작해서 리액트를 배우고 사람들이랑 팀 프로젝트를 한 뒤 프로젝트에 관한 모든 내용을 문서화해서 이력서를 돌리면 다 취업이 되는가? > No. 케바케다.

괜찮은 교육센터(과정, 국비, 멘토링 뭐든)를 나오면 다 취업이 되는가? > No. 사바사다.

나는 HTML, CSS, 바닐라 자바스크립트만 가지고 사이트를 만들어서 취업한 케이스도 봤고

진~짜 실력자지만 왜인지 계속 취업을 못 하는 경우도 봤다.

딱히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남들이랑 한 프로젝트의 화려한 껍데기빨로 취업이 된 케이스,

국비 학원에서 달랑 하나 만든 프로젝트로(이 역시 딱히 뛰어나지도 않음) 취업이 된 케이스,

이런 경우들은 차고 넘친다.

 

이와 같은 다양한 케이스를 보면서, 그리고 불혹(...)에 점점 가까워지며 연륜(?)이 쌓이면서

나는 다음과 같은, 확신에 가까운 생각을 가지게 됐다.

 

'인간은 자신의 운명(팔자, 사이즈, 그릇 뭐든 좋다)대로 산다'.

 

나는 내가 취업을 못 한 게 딱히 기술 스택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회사를 3군데 경험했지만 개월 수로 따지면 1년을 못 채운다.

그럼 회사에서 나를 '신입'으로 보겠지?

신입이

1) 앱 하나를 만들 때, 설계-디자인-개발을 모두 고려하며 개발하고 혼자서 해당 내용을 할 수 있다.

(테스트는 내가 거의 해 본 적이 없다, 이유는 여럿이나 일단 적지 않겠다)

2) 프론트엔드, 백엔드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3) 출시한 앱이 있다.

이 이상 '신입'으로 뭘 해야 할까?

나는 위 내용을 모두 독학으로 했으며 모르는 거 있으면 찾고 배우고 프로젝트에 적용하며 스킬과 경험을 늘려 나갔다.

이 말은, 당장 내가 모르고 안 해 본 거 있어도 실무에 투입되면 어떻게든 할 거라는 거다.

(하지만 웬만한 회사는 그런 걸 기다려 줄 시간이 없지)

 

회사가 요구하는 기술 스택은 회사마다 다 다르다.

도메인에 따라 요구하는 지식이나 경험도 다 다르다.

따라서 특정 도메인만 지향하기 어렵고 취뽀를 위해 최대한 General하게 기술 스택과 경험을 늘려 가야 하는 '신입'에게

저 이상, 확실한 취업을 위해 특정 도메인을 정하고 특정 회사에 먹힐 만한 무언갈 하라고 하면 굉장히 가슴이 무거워진다.

(나는 가고 싶은 회사를 위해 프로젝트를 별도로 진행하는 걸 이제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거 쓸모 없는 일이다, 더 나쁘게 말하면 시간 낭비다)

 

아,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신입 수준에서) 할 만큼 다 했고

이 이상 취업을 위해 기술을 연마하는 건 냉정히 말해 아무 의미 없는 짓일 수 있으며

더 이상은 삽질을 하기 싫다'이다.

'아, 여기까지인가', '아, 이것이 나의 운명, 나의 사이즈, 나의 그릇일 수도 있겠다'도 있다.

 

2.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내가 생각하는 취업은 진짜 별 게 없다.

잘생기고 예쁜 순서대로 양질의 결혼을 하는 게 아니고, IQ 높다고 다 부자가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취업도 그저 '인연'이 맞아야 한다.

시장에 나를 원하는 사람(회사)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그 회사에 이력서를 넣어야 한다.

둘의 니즈가 맞다면, 여기까지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자, 문제는...

지금 시장에 나를 원하는 사람이 없어 보이고

나도 이제는 좀 눈치가 자라, 아무 회사에나 안 들이대게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에 개인사업자를 낼 생각을 해 봤는데 그렇게 나를 대표의 자리에 앉혀 보니까

사이즈가 나오더라.

 

대표로서 뽑고 싶은 사람?

우선 싸고(affordable), 내가 시키는 일 잘하고, 적당히 가스라이팅 해도 큰 문제 안 만들면서(e.g. 무료 야근), 

장기 근속하고, 말 안 많은 사람.

 

나는 그 회사가 개발자가 일하기에 좋은 회사면 위 조건으로 가도 약간은 견딜 수 있다.

(지금의 나는 정상적으로, 좋은 개발을 하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 상당히 안 상태다)

그런데 체계도 하나도 없고 주먹구구로 (개발을 1도 모르는, 하지만 자기는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대표가 직원을 말로만 후려치면서 이거 해 내라, 저거 해 내라 하는 곳이라면?

가난으로 인해 힘들겠지만 개인 개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개발자라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가슴으로 알 거라 생각한다).

 

하여...

지난 달까지는 면접을 좀 봤는데 지금은 우선, 온라인에서 돈을 버는 방법을 시도해 보고 있다.

 

3. 나는 개발자인가 아닌가?

이력서를 엄청 뿌렸는데 아무 연락이 안 왔을 때(이력서를 전단지 나눠 주듯 뿌리는 행위는 절대로 해선 안 된다고 지금은 생각하는데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 안 했다),

점핏에서 내 이력서를 읽은 회사가 진짜 '3초'만에 나를 탈락시켰을 때,

'아니, 나 저 사람보다 개발 잘하는데 ㅋㅋㅋ' 싶은 사람은 취업을 하고 나는 백수로 있을 때,

처음에는 진짜 자존심도 상했고 속도 상했다.

정말 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

'나 개발자 맞나? 나를 개발자라고 칭해도 되나?'하는 문제로 고민했다.

 

지금은 그 정도 일로는 멘탈에 별 영향도 없고, 가난에도 매우 익숙해져 버렸고,

'나는 개발자다, 당신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생각을 하든 말든 나는 별 신경을 안 쓴다, 원래는 외부에서 돈을 받아야 내 직업이 개발자라 칭할 수 있는 게 맞는데 뭐, 그 부분은 내가 어떻게든 개선을 시켜 보겠다'라는 마인드가 생겨 버렸다.

 

빌드업이 길었다.

일단 내 소개는 적당히, 충분히 한 것 같다.

 

다시 정리한다.

나는 이 블로그에서 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모든 걸 문서로 까 놓을 거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골든래빗 출판사의 'Must Have 코로나보드로 배우는 실전 웹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를 

내 걸로 변형하는 거다.

앞으로 어떤 문서들이 나오는지는 보면 알 것이다.

 

해당 프로젝트가 끝나면 묘공단(골든래빗에서 운영하고 있는 스터디 프로그램)에서 소정의 운영비를 받고 스터디를 진행할 생각이 있다.

거기까지 성공하고, 내가 지금 운영하려는 웹 프로젝트들이 잘 돌아가서 수익이 나면

외부 강의하러 가야지.

 

아무튼 여기까지 읽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반가웠습니다.

자주 뵀으면 좋겠습니다.

 

2023-11-09

케밥 케이스를 좋아하고, 가난에 찌들었지만, 오늘도 누군가의 사랑으로 BBQ 후라이드 치킨을 한 마리 다 먹은

힐링코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