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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자취

플러터 개발자로 이직하고 한 달 뒤 회고

by 신재은👩🏼‍💻 2024. 1. 16.

나는 나이가 많다. 지금 37이다. 87년생.

지금 회사 오기 전에 첫 회사부터 블랙기업을 3연속 겪었다.

그래서 이력서가 약간 엉망이다.

나쁘게 말하면 '아무도 안 뽑을 거 같은 이력서'.

근데 지금 회사에서 나를 꼭 쓰고 싶다고(?) 뽑았고

나는 일을 매우 잘하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일을 쳐내고 있다.

그 과정 중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남겨 본다...

 

1. 개발자 취업에 나이가 중요한가? > 보통은 중요하다. 36~37을 신입 or 중고신입으로 뽑을 곳은 많지 않다. 그런데 나이 크게 신경 안 쓰고 일단 면접이라도 보는 곳이 있다. 그런 곳은 평균 개발자 연령이 약간 높거나 40~50대 개발자가 있는 곳이다(내가 경험한 한 곳은 쓰레기 회사였고 다른 한 곳은 좋은 회사였다. 나이 많은 개발자 있다고 다 좋은 곳 아니다.).

 

2. 실력 순으로 취업하는 거 아니다. > 상대보다 개발 잘 해도 다른 이유 때문에 떨어질 수 있다. 이걸 다르게 말하자면 당신이 남보다 개발 잘해서 취업한 거 아니다.

 

3. 취업은 운이다. > 운이다. 초반은 진짜 운이다. 그런데 3년차 이상부터는 운으로 안 된다.

 

4. 연차 높다고 개발 잘하는 거 아니다. > 연차는 진짜 아무 것도 아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실력을 가늠하기에 가장 무난한 건 회사 네임밸류 같다...

 

5. 회사는 이력서(포트폴리오) 별로 꼼꼼하게 안 본다. > 진짜 대충 본다(내 경험상). 나중에 기억도 잘 못 한다. 코드? 달라고 하는데 꼼꼼하게 안 본다... 달라고 해 놓고 안 보는 경우도 많다!!!

 

6. 그 회사랑 맞을지 안 맞을지 내가 일을 잘할지 할지는 그 회사 가 봐야 안다... > 컬쳐핏은 분명히 있다. '사대', 분명히 있다. 근데 이걸 면접에서 온전히 알기가 어렵다... 서로의 민낯은 같이 살아 봐야 안다...

 

...

 

나는 지금 회사 입사 전에 정말 죽기 직전이었다.

12월 4일부터 일하기 시작했는데 그 기한을 얼마 더 넘겼으면 난 정말 문자 그대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의 '우리 회사'가 나를 뽑았다.

개발팀장님이 많은 경쟁자 중에서 나를 픽했다고 했다.

대표님의 말씀으로는 팀장님이 우리 회사에는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물론 나는 이 모든 말들을, 이 말을 처음 들은 그 날에도 쌩으로 다 믿진 않았다. 격려, 인사치레일 수 있으니까...)

 

팀장님이 면접때 물었다.

'스스로를 경력직이라고 생각하세요, 신입이라고 생각하세요?'

...

'중고신입이요.'

 

완전 생 초짜라고 말할 수 없었고 말하기 싫었다.

그런데 검증된 게 없어서, 혹시 만에 하나라도 내가 놓쳐서 실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봐

'나는 당연히 경력직이다' 이렇게 말을 못 했다.

그래서 큰 손해를 보고 입사했는데...

 

다행히도, 내 개발에 문제가 없다...

근태에도 문제가 없고...

아무 문제가 없고... 평안하다.

회사도 평안하고 나도 평안하다.

 

굳이, 입사한지 얼마 안 된 시점에 티를 안 내고 있지만

나는 팀장님께 너무나 감사하다.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기로는

내가 팀장님보다 나이가 많아서 내가 불편하고, 뽑기 싫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팀장님은 굳이 나를 뽑았고,

나는 회사에 객관적으로 봐도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남기고 있고,

죽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남기자면,

나이 때문에 나를 안 뽑은 회사는 정말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