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공황장애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났다.
음식을 먹으면 바로 체한 것처럼 위가 굳었고
바로 화장실을 가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길을 걷다가, 서 있다가, 지하철에 앉아 있다가, 바로 죽을 것 같은 느낌에 휩싸였다.
이 '죽을 것 같은 느낌'은 너무나 폭력적이라, 그 느낌이 한 번 오면 나는 정말 아무 것도 하지 못 했다.
길을 걷다 그 느낌을 받으면 무조건 카페로 들어가 증상이 완화될 때까지 나를 다스려야했다.
대중교통을 타고 집에 가지 못 했다.
택시를 타고 눈을 감고 호흡을 하며 나를 옮겨 놓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그냥 체했거나 장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같은 증상을 3번, 4번 겪으니, 지하철 두 정거장 이상의 거리를 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니 알겠더라.
'이거 공황일 수 있겠다'.
그러다가 안면통이 왔고 부산에서 본가로 거처를 옮겼다.
집에 오니 그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잠시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만 생각을 했는데...
증상이 재발했다. 두 번이나.
첫 번째는 자던 중에 발생했다.
자다 잠시 정신이 들었는데 그 '죽을 것 같은 느낌'이 왔다.
두 번째는 어제, 밥 먹고 귀가하려던 차에 발생했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갈 수 없어 'mom'을 호출했다.
그 증상이 오면 이동할 수 없다.
택시를 타든 누군가 나를 태워 가든 그렇게 해야만 몸을 이동시킬 수 있다.
이후 인터넷 검색도 해 보고 스스로를 돌아도 보면서
나는 매우 과도한 스트레스와 카페인, 수면 부족 등으로 인해
자율 신경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의심을 하게 됐다.
안면통도 스트레스, 공황 증상도 스트레스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나를 봤을 땐.
최근에 이런 현상들이 발생하게 된 데에는 내 '성실성'이 부쩍 올라간 탓도 있다.
이제 온전히 성실함으로 무장해서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다 보니
예전과 다르게 매사에 회피하는 것이 적고 일들을 계속 쌓아 가며 쳐내고 있다.
안 그렇게 살던 사람이 24/7 이렇게 살고 있는데, 병이 안 나고 배기겠는가.
주변에서는 개발을 하지 말라 하고
나는 이걸 자기 만족으로 계속 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가려면 할 것도 많고 갈 길도 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를 너무 몰아 붙이면 안 된다.
취업을 포기해도 나를 너무 몰아 붙이면 안 된다.
커피도 덜 마시고
더 걷고
건강식을 먹겠다.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만나지 않고
사귀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사귀지 않겠다.
꼭 필요한 일만 하고
꼭 만나야 하는 사람만 만나고
꼭 사야 하는 물건만 사겠다.
아, 잠은 10시에 자서 아침 일찍 일어나야지.
깊이 숨 쉬고 의식적으로 몸을 편안하게 해 줄 것이다.
쓸모 없는 말은 하지 않고
할 필요 없는 생각이라면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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