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말 이상한 해다.
작년 12월부터 계속 아프고 있는데
A형독감 -> 요도염 -> 공황 증상 -> 신경통 -> 오픈 바이트, 턱관절 장애, 치주 농양? 등이 줄줄이 다 터졌다.
여기에서는 공황에 대해서만 기록한다.
내 공황 증상의 시작은 약 6개월 전부터다.
그 날의 사건이 내 몸과 마음에 엄청난 충격을 준 거 같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당시와 유사한 몸 상태가 되면 그게 트리거가 되어 예외 없이 공황 증상이 발생했다.
'이거 공황 아닌가?'라고 의심한 건 3월 정도였다.
그 날 나는 지하철 네 정거장 거리를 1시간 반에 걸쳐 이동했다.
어지럽고 토할 것 같고 정신을 못 차리겠어서 지하철에 탔다 내렸다, 탔다 내렸다를 반복했고
플랫폼에 30분 이상을 상체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한 손에는 검은 비닐 봉지를 들고...(토할까봐...)
'이거 공황이다'라고 확신한 건 3월 후반? 4월 초반? 정도.
광안리 해변에서 갑자기 증상이 터졌다.
혼절할 것 같은 몸을 이끌고 가장 가까운 카페로 도망갔다.
그 시점부터 나는 대중교통을 타기 어려운 몸이 됐고 그 날 난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눈물을 찔끔 찔끔 흘리면서...
부산에서 본가로 오면서 나는 그 증상이 좋아진 줄 알았다.
동네를 돌아다니는 데 별 문제가 없었고
밖에서 1시간 이상 걸으며 운동도 잘 했다.
그런데 지지난 주에... 공황 증상이 역대 가장 세게 왔다.
카페에서 와플 먹고 배 불렀다고 공황 증상이 확 와버린 것이다.
10분만 걸으면 집인데, 그 거리를 이동할 수가 없어서(몸이 굳는다. 한 발자국도 걸을 수 없다. 엄청 심한 불안이 온다.) 엄마 차를 타고 이동했다.
아니, 거의 실려 왔다.
다음 날 바로 한의원 다시 가고, 정신과도 갔다.
정신과 진료는 참으로... 거시기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당신이 겪는 그것은 공황 장애가 아니오 공황 '증상'이오. 내가 가장 약한 약을 줄 터이니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되고 알아서 하시오(?)'
'아, 그리고 심리 상담을 좀 받아 보는 것이 어떻겠소? 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데 그다지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오?'
'당신이 힘들지 않다고 하니까 몸이 이제 제발 나 좀 살려 달라고 그만하라고 지금 외치고 있는 거 아니오?'
....
뭐 우짜라는 거임...
난 1인 가정의 가장인데... 내가 멈춰 설 수 있음???
가장이, 이 나이에, 멈춰 설 수 있음???
일주일 치 약을 받고 두 번 먹어 봤다.
몸이 이완되긴 했는데 좀 불쾌하게 늘어졌다.
그 이후론 먹지 않았고, 어제 방송대 기말시험 치러 멀리 이동할 때 한 번 더 먹었다.
그 약을 먹어서인지 어째서인지 일단 차로 이동에 성공했다.
며칠 전 차 타다 정말 뜬금 없이 불안이 올라와 바로 귀가했던 경험이 있어 약에 너무 감사했다...
그런데 시험 중간에 음료수를 마시며 산책 하다 불안을 몇 번씩 훅 느낀 적이 있어... 약이 만능이 아님은 느꼈다...
(지금 나는 야외에서 위에 뭔가 들어가면 바로 불안을 느낀다.)
그리고 오늘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마시러 걸어 가는데
한의원으로부터 한 50m 걸으니까 바로 불안이 훅 세게 올라오면서
내 몸이 본능적으로 돌아 걷기 시작하더라...
이쯤되니 난 너무 궁금했다.
내가 왜 이런 증상을 겪고 있는 걸까?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음.
위에 문제가 없었음.
장에도 문제가 없었음.
심리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다 생각함.
개발도 1인 개발만 하기로 했고
취업처는 원하는 곳에 TO가 나길 기다리고 있고
진짜 만에 하나 거기에 가지 못 하면 하기로 결정한 플랜B도 있다.
크리티컬한 문제가 없다 지금.
내 마음은 내가 알고
나는 속이거나 숨기거나 용기가 없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오늘 왜 내가 50m 이상을 이동하지 못 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을까...
나는 살면서 지금보다 3~4배는 터프한 상황을 몇 번이고 이기거나 극복하거나 흘려 보낸 사람인데
왜 '지금' '이런 형태로' 아플까?
걸어도 되는 거리인데 경황이 없어서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길...
불안 or 공황 증상이 몇 번이고 올라 왔다.
진짜 심하면 달리는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로 올라오는데
지금은 내가 몸 관리를 하니까... 어떻게든 다스릴 수 있는 정도였다.
참 인생은 알 수가 없다.
생전 병원에 안 가던 나도, 올해 이렇게 아프다.
더 멀리, 오래 가기 위해 자신을 재정비하라고
몸과 마음이 주는 신호라고 해석은 한다만
쉽지 않다.
공황은 진짜 쉽지 않다.
이건 약한 사람들이 겪는 일도 아니고(나는 약간 터프한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다... 김성모 만화를 5배 희석한 수준)
특별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에게 남는 후유증도 아니다.
이거 약간 암 같다.
랜덤임.
ㅋㅋㅋ
참 뜬금 없고
근거 없이 오네.
치료법도 전인 치료 외에는 가능하지 않은 거 같고.
공황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남겨 봤다.
+
공황 증상 있으면 이건 무조건임.
1. 제이콥 정 책 무조건 읽기. <- 사기 싫으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면 됨. 정말 좋은 책이고 증상 완화에 진짜로 도움 되니까 이 책을 읽는 것부터 치료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2. 운동 매일 하기. <- 나는 매일 헬스 2시간 조진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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