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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자취

개발자로 취업하는 걸 단념한다는 일

by 신재은👩🏼‍💻 2024. 5. 26.

살면서 해킹, 불법 사이트 운영 등으로 입건된 사례 중 해당 범죄를 저지르게 된 이유가 '취업이 안 돼서'라는 경우를 몇 번 봤다.

독학으로 모든 걸 배웠다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컴퓨터 실력은 수준급 이상이었다.

아마추어 수준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인터넷 뉴스 댓글에도 이 정도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왜 고작 그 따위 일을 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당시에는 그런 사정이 참 이해가 안 됐는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취업은 실력 순으로 하는 게 아니다.

취업은 그냥 운이고

당사자가 아무리 해당 회사에서 일을 할 캐파가 되어도 회사가 뽑기 싫으면 그만이다.

회사가 안 뽑으면 그만이다.

 

나는 오늘자로 개발자로 취업할 마음을 버린다.

더 이상 인생을 낭비할 수 없다.

내가 사는 곳의 백엔드 수요는 0이다.

도 단위로 봐도 0이다.

커리어를 이어 가려면 서울에 가야 한다.

그런데 나는 서울에 가기 싫다.

갈 수도 없다.

가기 싫은 건 거기서 몇 년을 살아 봤기에 그게 얼마나 (운명에 따라) vain한 짓인지 잘 알기 때문이고

갈 수 없는 건, 건강 문제 때문이다.

Producing no result; useless.

 

처음엔 개발이 내 도피처였다.

너무나도 고단한 인생 중에 개발 책이라도 읽으면 마음이 편했다.

범위도 없고 best solution이랄 것도 없어 '노답'인 인생과 달리

개발에는 답이 있었다.

해결해야 할 문제에는 범위도 반드시 있어야 했다.

그런 게 내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던 것 같다.

 

웹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직 플러터에만 관심이 있었던 게 독이었던 거 같다.

취업에 도움이 될 길을 걷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했던 게 문제였던 거 같다.

뭐가 됐건 이제는 끝이다.

나는 어떠한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

 

오랜 세월을 낭비한 걸 후회하는가?

아니, 이건 후회의 영역이 아니다.

필연적으로 낭비될 수밖에 없는 세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