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개발을 시작?했을 때에는 굉장히 원대한 꿈이 있었던 거 같다.
진짜 그 꿈이 원대한 건 아니었고 지금 내가 원하는 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랬다는 거다.
생각한 대로 다 앱을 출시할 수 있을 거 같았고
아무거나 대충 만들어도 누군가는 앱을 다운받을 거 같았고
적당히 괜찮은 거 만들어만 놓아도 광고 수익이 생길 거 같았다.
지금의 나는 아주 작은 프로덕트도, 만드는 것에 약간 회의적이다.
1. 그런 거 만든다고 개발 실력이 증명되지 않는다.
개발 실력은 그런 거랑 상관 없이 <그냥> 상대가 판단하는 것이다.
내가 정말 괜찮은 프로덕트를 만들어도 상대가 감정적으로 '이거 별로다'라고 생각하면 그 프로덕트는 더 이상 '우리' 사이에서 아무 존재 가치가 없다.
'보통 인간'은 참으로 감정적인 존재다.
난 요즘에 사람들이 이성적이라고 1도 생각하지 않으며 인간이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약간의 믿음도 없다.
여튼,내가 뭘 만들어도 그걸 진지하게 소스 코드 수준에서 뜯어 볼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가 그거 안 본다니까...?
2. 그런 거에 비해 괜찮은 앱을 만드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적어도 6개월 단위는 필요하다.
이건 내 기준이다.
광고 수익 말고 사용자가 결제를 하게 만드는 앱을 만드는 데에는 나에게 적어도 6개월은 필요하다.
투자 가능한 시간이 적을 수록 만들어지는 앱의 퀄리티는 거기서 거기다.
내가 전에 2주 정도 걸려서 한 프로덕트를 만들었다면
또 다시 2주 정도를 투자했을 때 만들 수 있는 앱의 퀄리티는 전과 큰 차이를 내기 어렵다.
개발 실력이 늘어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시장과 사용자, 채용담당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프로덕트를 만드는 데에는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에 따른 ROI는 터무니 없이 낮다.
사용자가 0명일 수도 있고, 그걸로 취업이 안 될 수도 있고, 오히려 (디자인 에셋 등에) 내 돈을 써야 할 수도 있고...
그 시간에 알바를 했으면 어떨까?
진짜 최악의 경우, 편의점 풀타임 알바 6개월을 했다면?
집에서 앱(프로덕트, 서비스 등 이 페이지에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다 똑같은 거 지칭하고 있다는 걸 독자분이 아시리라 믿는다.) 만든다고 앉아 있는 거, 이건 정말 인생의 희생 또는 낭비다.
3. 취업을 위해서라면 과제테스트, 사이드 허슬을 위해서라면 외주를 하는 게 맞지 않나?
그래서 나는 더 이상 포트폴리오 안 만든다.
(자체 생략)
나는 평생을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았다.
이제 공장 가서 죽을 때까지 그 일만 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여한이 없을 만큼 그 놈의 '가슴 뛰는 삶' 어쩌구 그런 거 추구 다 했다.
내 자신의 그릇을 키우기 위해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거 다 했고
해외에서 살아 보기도 했고
대학(교)을 4군데 다녔고
개발에 정착하고 싶어서 있는 힘껏 여태까지 버텼고 지금은 마지막 페이스를 달리고 있다.
난 더 이상 인생 낭비하기 싫다.
나만을 위한 인생을 사는 게 싫다.
세상 속으로 사회 속으로 사람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집에서 코드에 파묻혀 있는 것보다 시장에서 김밥 싸서 누군가의 배를 채우는 삶이 더 값지다고 느낀다, 요즘은.
그냥 이 글은, 더 이상 내 인생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쓴 것 같다.
이 깨달음을 얻기까지, 지금까지 정말 어려운 시간을 버텨온 나,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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